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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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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구태사는 ‘무한’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하나의 형체를 가진 실재로 인식한다. 작가에게 무한은 다다를 수 없는 끝에 대한 열망이자,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꿈꾸는 불가능한 영원이다.

이러한 사유는 자연에서 유래한 비인공의 재료, 옻칠을 통해 구체화된다. 인간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재료인 옻칠은 반영구적 성질을 지니며, 작가가 탐구하는 무한의 속성과 맞닿아 있다.

구태사는 평면 회화를 작업하지만, 그 제작 과정은 전통 옻칠 공예의 공정을 따른다. 옻칠을 반복적으로 칠하고 경화시키는 시간 속에서 층위가 형성되고, 그 표면 위에서 빛은 끊임없이 스며들고 변화한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옻칠의 색 표현 가능성을 확장하며, 유한한 표면 속에 무한의 형체를 포착하고자 한다.

Note

        모든 것이 언젠가는 소멸하는 유한한 세계에서 나는 때때로 끝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존재의 죽음과 죽지않음을 멍하니 떠올리며 시간을 보냈던 유년기를 지나 나는 이 시간의 끝과 내가 속한 지구 너머 공간의 끝, 0에서 위로 아래로 끝없이 펼쳐져 나가는 수의 끝을 이따금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끝이 없다는 것은 어렴풋이 생각하면 우리를 굉장히 두렵고 무섭게 만든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는 끝 이후의 것을 조금 더 두려워하는 사람이어서 막연히 모든 것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는 이제 웬만한 것에 끝은 있음을 인정하는 어른이 되었고,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영원을 생각으로 좇는 어른이 되었다. 모든 것이 끝나는 세상에서 끝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꽤 낭만적이다.


분명 나와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나 닿을 수 없는 곳이 있다. 그곳이 너무 멀어서 닿을 수 없는 것인지 혹은 존재하지 않아서 닿을 수 없는 곳인지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그곳을 나는 끝없는 ‘무한’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매우 큰 숫자를 말한다고 해도 그 숫자에 1을 더하는 순간 더 큰 숫자는 존재하며, 가장 긴 직선을 그린다고 해도 그 끝에 점 하나만 찍는 순간 더 큰 직선은 존재하게 된다. 무한에 1을 더해도 무한이며, 무한에 무한을 더해도 무한이다. 우리는 그것을 계산하거나 측량할 수도, 감각할 수도 없으며 나아가 인지할 수 있는지 없는지, 실재하는지 아닌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 무한은 우리가 아무리 닿으려 해도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이며, 그곳을 향해 다가갈 수는 있어도 절대 도착할 수는 없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한에 닿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절대 그곳에 닿을 수 없다. 그저 무한을 붙잡으려는 인류사의 궤적을 통해 나는 인류의 낭만을 느꼈다. 닿을 수 없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예술의 언어로 나타내고 이론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시도는 우리가 그것을 결코 비존재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너무 멀어 도달할 수 없는 초월적 개념이지만 부재하지 않는 것, 끝없이 뻗어나가는 유한이 아닌 또 다른 실체로 실재하는 것이 무한의 속성이라 생각하며 나는 무한을 규정하는 형상을 구축하였다. 이것은 끝없이 전진하는 무한을 하나의 형태에 가둔 것이며 무한한 원소로 이루어진 하나의 완결된 집합이다. 


작업의 표현재로는 목판과 옻칠을 택하였는데 이는 자연에서 유래한 재료이기에 무한의 비인간성을 담기 적절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며, 한 번 경화된 이후에는 고체화가 되어 이전과는 아예 다른 성질을 지니게 되는 결정성 때문이기도 하다. 옻칠은 천년을 간다고 불릴 정도로 쉽게 변질되지 않고 나아가 시각적으로도 느껴지는 단단하고 견고한 도막을 형성하는데, 이처럼 낡음과 소멸을 거부하는 특성들을 볼 때면 무한과 닮아있다고 생각이 든다.


영원과 무한을 좇는 괴로움은 생의 끝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은 무한으로 향해 나아가는 또 한 걸음의 발자국을 내딛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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